왕과 사는 남자: 안정적 애착과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재

 왕과 사는 남자: 안정적 애착과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재

1642만명(2026.4.14. 네이버영화 집계 기준)이 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인공은 엄흥도이다. 엄흥도는 강원도 산골 촌장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의 리더이다. 왕과사는 남자가 주인공인데, 조연이 단종이다. 오늘은 단종의 생애를 보며 유아교육에서 본 관점에 대해 말해보겠다.


막강한 권력자가 될 수 있던 출생, 그 출생을 받쳐주지 못했던 주변 환경 

참 안타까운 일이다. 단종의 할아버지는 세종대왕이고, 아버지는 적통자인 문종이다. 세종대왕의 빼어난 학식과 조선 초기 문무를 모두 갖춘 왕 밑에서 심신을 단련할 수 있었다. 어머니 현덕왕후는 단종을 세상에 내놓은 지 하루만에 단종 곁을 떠났다. 아무리 훌륭한 유모가 있던들 어머니의 정만 하겠는가. 단종의 제 1양육자가 없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많은 결핍이 있었을 것이다. 유아교육학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는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신뢰감 대 불신감'단계이다. 이 때는 무조건적 수용을 해 주는 단계인데, 주양육자가 없었기에 아무리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하더라도, 어머니에 대한 원초적인 사랑에 대한 갈구는 있었을 것이다. 유아교육에서는 영유아기에는 무조건적 사랑을 이후의 성격형성이나 인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기에, 이 관점에서 단종은 많은 결핍이 있었으리라 본다. 교실에서 많은 아이들을 보면 횡단적으로 보기 때문에 결핍이 단번에 보인다. 단종처럼 아주 어린 영아기 시기에 주양육자와 불안정한 세계에 있었던 유아들은 놀이하는 중간에 아주 잠깐씩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쉽게 믿지 못하고 계속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상대가 친구이든 선생님이든 상관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다른 활동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유톡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권위있는 양육자의 부재와 훈육의 공백

심리학자 바움린드의 부모 양육태도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따뜻하면서 적절한 통제를 제공하는 권위있는 양육자 아래에서 가장 잘 성장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문종은 아주 좋은 양육자였다. 단종을 깊이 사랑했으나, 연이은 어머니 소헌왕후와 아버지 세종대왕의 상을 치르느라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해 그의 나이 향년 37세에 생을 마감했다. 만일 문종이 좀 더 오래 살아 있었더라면 단종이 그렇게 왕의 자리에서 쫒겨나다시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문종이 직접 단종을 훈육했더라면 같은 말도 그 힘이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훈육이 아닌 그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고관대신들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놀이와 모델링의 결핍

남자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놀이와 모델링할 대상이다. 남자 또래도 없었고, 모델링할 남자 어른이 없다는 것도 단종이 이겨내야 했어야 할 아주 큰 장애였을 것이다. 영화에서 엄흥도는 자신의 촌락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며 단종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다. 또한 엄흥도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불의라도 굽신대는 것을 보고 단종은 자신의 무능을 깨닫는다. 이처럼 모델링은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아들은 나이 또래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그것을 따라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따라하지만 나중에는 자신만의 놀이로 만들어 간다. 술래잡기라도 같은 술래잡기가 아니고, 소꿉놀이도 다르게 재창조해낸다. 유아들의 놀이와 모델링은 자신만의 세계 자체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가며

유아기에는 자신의 출생에 상관없이 주변 환경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한다. 이런 점에서 단종처럼 아주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났어도 주변의 환경이 좋지 못하면 끝내는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유아기에 어떤 환경이 좋은지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좋은 유모차, 수많은 놀이감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와의 안정 애착이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